비오는 날 밤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씩 불현듯 스치듯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이부자리 삼는 많은 생명체들에게, 하늘이란 지붕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면, 온기를 품어야 할 이부자리 역시 그 온기를 잃게 된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몸을 더욱 움츠리며, 점점 내려가는 온도로 인해 추움을 달래고자 서로의 온기에 더 집중하겠지. 그나마 잘 젖지 않는 깃털 덕에 짧은 비라면 스쳐 지나가듯 털어버리겠지만, 이렇게 내내 내리는 비라면, 머지않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버리겠지. 그래 봐야 차가운 벽돌 위이겠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거처를 가진 길고양이는 그 와중에 감사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마저도 바람이 불..
일상 나누기
2020. 10. 17.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