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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누기

by 황혜정 2020. 10. 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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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여행길에서 거미줄에 걸려버린 초보 여행자 -

 

 

식물이 여행을 하는 것은 아마 두 경우 정도뿐일 것 같다.

번식을 위해 씨앗이 되어 날아가는 것, 혹은 죽은 후 바스러져 흩날리는 것 정도일 것이다.

물론 두 경우 다 자의는 아닐 테지만 말이다.

 

 


 

- 음악하는 병아리들 (Feat. 뿌리내려 음표가 되어버린 병아리콩) -

 

일단 한 곳에 뿌리를 내리면, 식물은 평생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원하는 것을 향해 아주 천천히 잎을 뻗을 뿐이다.

햇빛, 그리고 물을 향해 말이다.

 

 

 

 

 

햇빛이 들지 않는 발코니 구석에 화분을 놔두어 보자.

물론 그렇다고 아예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은 아니다, 다만 햇빛에 닿기까지 5cm 정도 모자랄 뿐.

5cm 뿐이야 하겠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있는 이동수단이 없으니까 말이다.

 

- 햇빛과의 하이파이브! -

 

 

그럼 식물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천천히 원하는 것이 있는 그곳을 향해 성장해 나간다.

새로운 가지를 뻗고, 새로운 잎을 틔워나갈 때마다, 목표하는 그 햇빛을 향해 느리지만 꾸준하게 자라나 간다.

그러다가 마침내, '짠'하고 햇빛과 손 끝이 닿아 햇빛으로부터 마음껏 영향분을 흡수해나간다.

 

 


 

 

- 잘린 가지에서 뿌리내리는 개운죽 -

 

지금 이 기억은 아마도 10년도 더 되었을 법한 이야기이다.

화분에 꽂아주는 수액형 영양제를 서너 개의 화분에 하나씩 꽂아주었다.

그중 한 화분의 영양제는 수 일이 지나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 화분 가장자리에 줬기 때문이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그 영양제 통의 액체가 절반 이상이나 갑자기 훅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 영양제를 얻기 위해서, 그 식물은 느리지만 천천히 뿌리를 뻗어나갔던 것이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 긴 여행의 끝에는 달콤한 휴식처가 기다리고 있지 -

 

우리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목표를 향해 나 자신을 꾸준하게 키워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목표에 맞닿게 되어버리는, 그러한 이치.

 

 

그 식물들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참 고되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목표를 위해 달렸던 결과로 결국에는 원했던 것을 얻고야 말았지.

 

 

햇빛에 닿는 것, 그리고 영양제에 닿는 그 목표들.

나는 그것이 목표의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성장하는 기회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자 발판이 충족된 것이리라 생각된다.

 

 


 

 

- 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묵묵히 걸을 뿐 -

 

일단, 닿기만 하면. 물론 닿기까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지만, 필사의 노력으로 일단 그 조건에 닿기만 한다면, 그 뒤에는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무수한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 기본점에 닿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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