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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밤

일상 나누기

by 황혜정 2020. 10. 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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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비가 내린다 -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씩 불현듯 스치듯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이부자리 삼는 많은 생명체들에게,  
하늘이란 지붕에서 물이 새기 시작하면,  
온기를 품어야 할 이부자리 역시 그 온기를 잃게 된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몸을 더욱 움츠리며, 
점점 내려가는 온도로 인해 추움을 달래고자 서로의 온기에 더 집중하겠지. 
그나마 잘 젖지 않는 깃털 덕에 짧은 비라면 스쳐 지나가듯 털어버리겠지만, 
이렇게 내내 내리는 비라면, 머지않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버리겠지. 


그래 봐야 차가운 벽돌 위이겠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거처를 가진 길고양이는 그 와중에 감사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마저도 바람이 불면 흩날리는 비바람에,  
금세 물에 젖은 카펫이 되어 버리겠지. 



누군가는 자연의 섭리이자 순리라는 명목 하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그 생명들에 대한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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