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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누기

by 황혜정 2020. 10. 1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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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많지 않다. 아니, 말은 많지만 듣는걸 더 좋아한다.

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다.

같은 언어, 같은 지역, 같은 학문적 배경, 같은 직업적 배경 등을 가진 사람들도

모두 다 다른 생각을 한다.

다 다르다.

관점이 다 다르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들조차 다른 생각과 다른 관점을 가진다고 한다.

 

 

 

난 그래서 듣는걸 더 좋아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내적 관종'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난 수다스러운거 같다.

말이 엄청 많은 것 같다.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것 같고,

그냥 주저리 주저리 말하는걸 좋아하는것 같다.

 

 

 

 

 

- 처음으로 심어본 감자가 나에게 선물해준 하얀 안테나 -

 

꽃한테도 말하고,

새한테도 말하고,

사물한테도 말한다.

 

집안에 있는 프린터가 프린트를 해주고 나면,

항상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말하며 프린터 옆을 툭툭 친다.

수고했다는 표현이다.

누가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다 .

프린터가 정말 나를 위해 수고했지 않는가!

 

 

 

 

말하는게 좋다.

하지만 듣는것도 좋다.

나는 그냥 소통하는게 좋은가 보다 .

 

 

개랑도 얘기하고 싶다.

고양이랑도 얘기하고 싶다.

새랑도 얘기하고 싶다.

 

- 본문의 미식가 Noisy Miner는 아니고, 가끔 나랑 눈인사하는 Common Myna -

 

 

가끔 우리집 발코니에 집 짓고 사는 거미들을 먹으러 오는 Noisy Miner (회색 몸빛의 노란 부리를 가진 새)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랑도 얘기하고 싶다.

이 친구가 밖에서 신나게 하루를 보내고,

해가 질 즈음 우리집에 와서 하루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 여행 중 길에서 만났던 친구 -

뜨거운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에 드러누워 있는 고양이 친구를 발견할 때면,

느리게 껌뻑거리는 눈 인사 말고,

'안녕? 오늘 어때? 많이 덥지?' 라고 건네는 내 말소리에,

'응 많이 덥다. 그래서 내 츄르는?'이라고 답해주는 인사를 듣고 싶다.

 

 

 

남들은 모른다. 사실 비밀이다.

내가 관종일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니, 확실히 맞는거 같다. 내적 관종.

 

 

 

- 그녀의 이름은 '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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